정부의 저출생 대책,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시간 연장: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응은?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기본 운영 8시간과 아침·저녁 추가 돌봄 4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부모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유치원은 대부분 방과후 과정 운영이 정착됐고, 학부모 수요에 맞춘 오후 돌봄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이 법제화돼 있습니다.
유치원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
뉴시스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알리미'를 통해 올해 4월 기준 '방과후 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사항'을 공시한 유치원 총 7701개원의 운영시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방과후 과정 종료 시간을 오후 5시 이후로 공시한 유치원은 전체 64.9%인 4999개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전체 3곳 중 2곳 가량이 저녁돌봄을 운영하는 셈입니다.
유치원(만 3~5세)은 통상 오전 9시 전후에 정규 교육과정(누리과정)을 시작하며 하루 4~5시간 운영합니다.
여기에 시도교육청에서 정한 방과후 과정 최소 운영시간을 합친 기본운영시간은 하루 8시간 이상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통상 저녁돌봄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형별 운영률과 아침돌봄 운영 현황
유형별 운영률을 보면, 공립 단설유치원이 91.6%(532개원), 사립유치원(사인+법인)은 83.1%(2500개원)에 달합니다.
주로 초등학교에 설치돼 있는 공립 병설유치원은 47.8%(1966개원)로 저녁돌봄 운영률이 다소 낮습니다.
정규 교육과정 시작 시간 이전에 아침돌봄을 운영하는 유치원은 전체 39.2%인 3017개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아침돌봄 운영률은 공립 단설유치원이 82.6%(480개원)으로 사립유치원의 54%(1624개원)보다 높았습니다.
공립 병설유치원의 운영률은 22.2%(911개원)에 그쳤습니다.
온종일돌봄 운영 유치원의 현황
교육과정 전후 아침·저녁돌봄을 동시에 운영 중인 '온종일돌봄' 운영 유치원은 전체 36.0%인 2769개원입니다.
공립 단설 81.8%(475개원), 사립 52.5%(1578개원), 공립 병설 17.4%(715개원) 등 순입니다.
운영률 대비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유보)통합추진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전체 학급 수(2만8368개) 대비 방과후 과정 학급 수(7695개)는 27.1%입니다.
이는 유치원이 별도 편성한 '오후 재편성 학급'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돌봄에 참여하는 유치원 원아의 규모(참여율)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집의 운영 현황
어린이집도 비슷합니다.
어린이집은 현행 영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 6일 이상, 하루에 12시간 이상 운영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기본보육시간은 유치원보다 1시간 짧은 하루 7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남은 시간에 연장보육을 운영합니다.
어린이집의 연장보육 운영 학급 수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학급 수(15만2770개) 대비 32.7%인 4만9961개에 그쳤습니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과 학부모의 반응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통해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기본운영시간(8시간)과 돌봄(4시간) 총 12시간을 누구나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장 내 삶에 바뀌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급할 때 맡길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지만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는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최근 육아휴직에 들어간 서울의 한 학부모 김모씨는 "엄마들이 회사에서 일을 더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며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누가 자기 자식을 오래 맡기고 싶겠나"라고 했습니다.
유아교육계의 우려와 정부의 대응
유아교육계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분은 인정하나 방과후 전담 인력에 대한 확충 방안이 명확하지 않으면 교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돌봄시간이 확충되는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확충되는 게 먼저"라며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유치원 선생님들이 강제로 아침 및 저녁 돌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정부도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학부모 지지 없이 현장 반발만 커질 경우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조만간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기본 8시간에 추가 4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양 기관에서 모두 현재보다 기준을 강화해 영·유아들이 기관에 머무는 시간 동안 보다 질 높은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